이날 발표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성주 교수의 '방제단경호' 개념 제안과 관찰이었는데, 이성주 교수의 촛점이 단경호의 방제에 찍혀 있었기에 거기까지 모두 인식하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늑도 조사 유물 가운데 미보고된 호 1점의 추가 보고와 관찰이었다.
이 호는 사진상으로만 볼 때도 기형이 전형적인 적색마연토기인데다 동체부에 횡마연이 이루어져 있고, 전체 기형을 제작한 후 대각을 따로 제작해 붙인(이 점은 이성주 교수도 언급하였음) 매우 특이한 토기였다.
무슨 말인가 하면, 청동기시대 후기의 기종, 마연법 등이 늑도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새로운 유물로 확인되었다는 것이다.
시간이 부족해 이성주 교수가 새로 제안한 '방제단경호', 그리고 내 눈길을 끈 이 유물에 대한 추가적인 언급과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너무 아쉬웠지만, 나로서는 이 하나만으로도 보람을 느끼는 날이었다.
이외 얼마전 박사학위를 받은 이원태 선생을 학술회의 자리에서 만난 것도 기억에 남는데, 하루 종일 지켜보니 점잖고 기본을 갖추고 있다는 인상을 받아 기분이 좋았다.
제주도에서 먼 길 달려온 박근태 선생 또한 인품의 기본을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제주도고고학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날이었기에 흐뭇하였다.